나는 버스 끝자락에서 내려설 자리를 살피다 얼른 포기하고 다시 버스 뒷자리로 가 앉았다.
수원역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때때로 시청앞에 모이는 사람처럼, 많기도 많았지만 이건 촛불이 없고 뿔만없지 흡사 도깨비들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교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상류층에 비할수 있는 사람들은 방독면에 여행가방을, 또 대다수라 제일 많다는 중산층들은 수영할때 쓰는 물안경에 스키고글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또 서민에 속하는 나와 내 동료들은 눈에 아까 그 주방용 비닐랩에 손가방을, 또 그것마저 못받은채 날벼락 맞은 생활보호 대상자들은 하얗고 검은 비닐 봉투들을 푹 뒤집어 쓰고는 ,코 위에서 묵은사람 아에 코까지 넣고는 입술 위에다 묶은사람, 마지막 부류 정말 가진거 없다팀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 노숙자들은, 실눈을 뜨고 걷거나 범죄자 처럼 아에 눈을 감고 앞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린채 따라가고 있는게 정말 다 미친게 아닐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기타를 메고 수원역 에서 집에 까지 걸어 간다는건, 눈이 멀기전에 정신이 먼저 죽을수도 있을꺼 같았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지만 마음은 덩달아 불안해 지고, 그때 버스안 앞쪽의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 저거봐요 인천이 전염 됐돼요”
대각선 그가 가리킨 손끝에는 길건너 건물 옥상 대형 전광판이 보였고,
“긴급속보” 라는 글씨와 “인천 북항 이디 포에 감염 된것으로 최종 확인 인천 시민들 께서는 가급적 멀리 있는 도시로 이동 대피 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글씨가 번쩍 번쩍 하는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으~으 결국은 이렇게 되는건가"
눈을 감았다
차창밖에선 수많은 "말" 말들이 왱왱 거리며 여과없이 귓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눈과달리 귀는 내가 선택해서 들을수 있는것이 아니라는게 새삼 느껴졌다.
머리속엔 금방 가로 세로 줄에 소리가 달려 몇백개가 교차되고, 혼란 스러워 지더니 이윽고 무섭고 불안해져 옴이 느껴진다.
얼른 눈을 떳다. 사람들은 여전히 울고있고, 차창밖 수많은 말들의 질주도 여전했다. 하지만 눈을 감았을때 만큼 무섭고 불안하진 않았다 아마 눈이 소리들을 머리속 어딘가에 정리를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또 어둡고 깜깜했다. 소리가 들어옴이 느껴진다. 또 가로줄에 세로줄이 쳐지고금방 “무섭지 내가왔다”하고 불안이 들어왔다.
눈을 뜨고 싶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더 버텨 보기로 했다.
있는 힘껏 귀를 꽉 막았다. 이젠 보이는 것도 없고 들리는 것도 거의 없었다.나는 곧 여러가지 기능이 차분 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멍한채 이끌려 온곳은 가슴속 어두운 방안에 철저하게 혼자 버려져 있었다.
백령도에서 인천까지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면, 인천에서 수원까지 라면 지금쯤 저 건물 뒷편에 모여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꺼 같은데, 설령 기차를 타고 아래녁으로 피난을 간다해도 바람을 타고 쫏아온 적들에게 잡히는건 말그대로 시간 문제만이 남은거 같았다.
계속 바람이 역풍으로만 불어 준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것도 따져보면 내가 살자고 남눈 먼저 죽이러 가라는 것 밖에 모가 있을까?
모르겠다.
눈을 감아도 또 눈을떠도 초 한자루만 떠오를 뿐 아직은 잘보이기에, 얼마나 아플지 모르는건 저 수많은 미친 사람들이나 나나 별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차창으로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들은 새삼 잘 보란듯 눈에 콕콕 박혀왔다.
. .
이미 거리는 그녀석에게 항복한듯 죽은척 누워 있었고, 아직 숨을곳을 찾지못한 몇몇만이 황급히 도주 하는게 눈에 띄였다.
정류장에서 가까운 슈퍼아래 지하 자취방은 언제나 그렇듯, 쾌쾌한 하루몫의 향을 모아 둔채 나를 받아 들였다 그나마 어제 방을 치운건 요근래 내가 한 행동중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작은 TV라도 하나 장만할껄...
하지만 나는 그것도 알고 있었다 “타임아웃”이란게 있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결정이 난다는 것도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결국은 타임아웃이 선언됐고, 결정은 엉뚱 하게도 눈에띈 모기약을 방안 가득 뿌리는 걸로 낫고,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 쓰고 숨만쉬는 시체가 되기로 했다.